2018년 6000억달러 고지에 올랐던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해 10%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수출이 10% 이상 감소율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이후 10년만이다.
정부는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 반도체 가격 하락 등 경기적 요인 등을 수출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주력업종의 경쟁력 저하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수출이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20대 주력 산업 중 14개 산업의 수출이 감소한 것이 선박, 철강 등 기존 중후장대 산업의 경쟁력 저하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반도체 경기 반등 등 수출이 올해보다는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산업 경쟁력 등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수출 회복의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울산 울주군 온산공단내 S오일정유공장에서 석유화학 처리시설이 불을 밝히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10% 이상 수출 감소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9년 1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은 5424억1000만달러로 전년 6048억달러대비 10.3% 감소했다.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났던 2009년 -13.9% 이후 10년 만이다.
수출이 10% 넘게 감소했지만, 지난해 무역수지는 391억90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11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지난해 연간 수입액이 전년대비 6% 감소한 5023억3000만달러로 후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출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나타낸 이유는 반도체 등 주력업종 수출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관리하는 20대 주력 산업 중 14개 산업의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한국 경제의 최대 성장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는 전년대비 25.9% 감소했다. 주력 품목인 D램과 낸드 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글로벌 IT기업의 데이터센터 재고조정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2018년 반도체 수퍼사이클 호황에 대한 기저효과도 반도체 수출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석유화학, 석유제품 수출도 각각 14.8%, 12.3%씩 감소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제품 단가 하락, 세계 경기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석유화학 수요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 밖에 디스플레이(-17.0%), 무선통신기기(-17.6%), 컴퓨터(-20.6%) 등도 10% 이상 감소율을 나타냈다. 철강(-8.5%), 선박(-5.1%), 일반기계(-1.8%) 등 전통적인 주력산업도 수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력 업종 중에서는 자동차(5.3%), 이차전지(2.7%), 화장품(4.4%) 등만 ‘플러스(+)’ 성장을 했다.
지역별로도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16% 급감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내 주요 산업의 생산이 위축된 게 결정타였다. 반도체, 석유화학, 일반기계, 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대(對) 중국 수출이 부진했다. 대(對) 중동, 아세안 수출도 각각 18.5%, 5.0%씩 줄었다. 유럽 시장에 대한 수출도 8.4% 감소했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독일 등 수출 국가의 경기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다만, 미국에 대한 수출은 자동차, 자동차부품, 가전 등이 호조를 나타내면서 0.5% 증가했다. 2017년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20대 주력산업의 2019년 연간 및 12월 수출입 증감율.
◇산업부 "1분기에는 수출 플러스" vs 전문가 "자신하기에는 일러"
지난해 수출 부진에 대해 정부는 미중 무역 분쟁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 경기적 요인 등이 90% 이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107억달러, 반도체 하강기(다운사이클)로 328억달러, 유가 하락으로 134억달러의 수출 감소분이 발생했다는 게 산업부의 분석이다.
산업부는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등으로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완화됐기 때문에 올해 수출이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수출은 작년 대비 3.0% 가량 증가한 5600억달러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12월 수출(-5.2%)이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이지만, 둔화폭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수출 감소폭이 지난해 5월 이후 7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줄면서 4월(-2.1%) 이후 가장 작은 감소율을 나타낸 것을 긍정적인 징후로 보고 있다. 전체 수출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대(對) 중국 수출이 12월 플러스(3.3%)로 돌아선 것도 수출 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대 중국 수출이 증가세를 나타낸 것은 2018년 11월 이후 14개월만이다.
주요 품목별 12월 수출 실적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반도체(-17.7%)가 여전히 부진하지만, 자동차(0.3%), 일반기계(4.2%), 철강(7.7%) 등 나머지 주력품목들이 플러스를 나타냈다. 20대 주력 업종 중 12개 업종이 플러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12월 수출이 빠른 속도로 회복돼 7개월만에 수출 감소폭이 한 자릿수로 진입했고, 점차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1분기 수출 조기 플러스 전환을 목표로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무역구조 구축을 위해 품목 ·시장 ·주체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출 회복을 쉽게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
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한 민간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가격 반등 기대감이 있지만, 반도체 수출이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고 수출 규모가 큰 석유화학 등이 회복되지 않고 있어 수출이 단기간 내에 플러스로 전환한다고 자신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정부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등도 성장이 생각보다 더딘 것 같다"고 말했다.